[오늘하루] 오만가지 생각이 든다
아침 등원을 준비하며 자석블럭으로 또 한 바탕 실랑이를 벌이는 너희를 보면 튼이가 빨리 말문이 트일 때를 기다리게 된다. 꿈이가 첫째라고 양보만을 강요할 수 없고, 튼이가 둘째라고 이뻐라만 할 수 없는데 그게 어떨 땐 꿈이에게 부담이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결국 꿈이에게 동생한테 왜 그래로 끝나니깐. 그래서 등원길 엘레베이터 버튼을 서로 누르겠다고 실랑이를 벌이다 튼이가 네 어깨를 물어버리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그렇게 울며불며 차에 탈 수밖에 없었던 그 상황이 엄마는 참 난감하다. 어린이집 가는 내내 뾰루퉁해진 너희들에게 맘써가며 도착하고선 튼이의 기침약 빼먹지 않기 위해 연 문을 급히 닫다 결국 꿈이의 손가락이 끼어버렸다. 그나마 다행인 건 범퍼쪽이라, 나중에 엄마도 그렇게 손가락을 넣고 끼어보니 엄청 아프진 않았을 거라 가슴을 쓸어내리기는 했다.
꿈이야 엄마는 요즘 네가 엄마와 신경전을 벌일 때마다 혹은 동생과 다툼이 있을 때마다 엄마에게 '사랑해'를 말하는 것이 단순히 그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하는 말이 아닌 것 같아 신경이 쓰이곤 한다. 첫째이지만 고르게 사랑을 주려고 했고 다른 사람들이 튼이를 너무 이뻐하면 엄마는 너를 더 예쁘다 하여 네가 서운한 맘이 들지 않게 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이것도 엄마의 착각이겠지. 너는 안 그랬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네가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꿈이가 엄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고 엄마도 꿈이를 엄청 많이 사랑한단다. 그런데 오늘도 엄마는 네 말에 이렇게 대꾸하고 말았다.
네가 그렇게 말하면 사랑한단 말을 엄마가 믿을 수 없단다
생각해보면 이게 무슨 다섯 살 꼬맹이에게 할 설명인가 싶기도 하고, 이것이야말로 사랑한다는 말이 이 상황에 맞지 않다는 말을 알려줄 수 있는 최적의 표현이라고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런다. 엄마도 엄마가 처음인지라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객관화하긴 어렵다만, 요즘 너의 말습관을 들으면서 엄마만의 고민에 빠지고 있단다.
지난 밤 자기 전 꿈이 두 권, 튼이 두 권 들고온 그림책을 읽으려고 하는데 무조건 꿈이 그림책부터 읽어야 한다고 고집을 부리는 네 모습을 물끄러미 보던 튼이가 양보했었다. 그게 속으로는 머쓱했는지 꿈이가 오늘은 튼이 거 먼저 읽자고 했었다. 오늘밤은 평화로운 책읽기가 될지 기대된다. 오늘은 오랜만에 아빠가 출장지에서 돌아오는 날이기도 해서 기다려진다는 네 설렘을 아빠로 알고 있지만, 일찍 오기 어려울 것 같다. 이 소식을 너희들에게 어떻게 전해주어야 할까. 그래도 우리 셋 오늘 밤도 즐거운 시간을 보내자. 내일은 주말이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