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댐이의 일상
[책읽기] 사하맨션_조남주
나댐이
2019. 10. 23. 17:21
애들 재우면서 잠들던 내가, 무거운 눈꺼풀을 끌어올리며 이 책을 읽겠다고 버텼다. 그리고 다 읽어냈다. 그리곤 쉽게 잠들 수 없었다. 막연하게 그 말이 떠올랐다.
"그대로 있지 마"
어느 계층에도 속하지 '못한' 이들의, 최후의 보루인 '사하맨션'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맨션'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알겠지. '맨션'은 사전적 의미가 있긴 하지만 그런 이름이 적힌 건물은, 아파트도 아닌 것이 빌라도 아닌 것이 뭔가 어정쩡한 공동주택으로 느껴졌다. 이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시민권도 체류권도 없는, 뜻도 모를 '사하'라는 계급을 달고는 있었다.
··· 휴일에 세 사람 이상의 성인이 모임을 가질 때에는 사전 허가를 받아야 했다. 종교 단체도 마찬가지였다. 입 밖으로 내뱉거나 쓰거나 인쇄할 수 없는 단어들이 있었다. 맥락과 관계없이 표현했다는 것만으로 처벌받았다. 만나면 안 되는 사람이 있었다. 불러서는 안 되는 노래가 있었고 읽을 수 없는 책이 있었고 걸을 수 없는 거리가 있었다. 이상한 일인데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서 상식적인 사람들이 오히려 자신의 상식을 의심해야 했다.
29p
작가적 설정으로 만들어진 도시국가 내의 비루한 일상이지만 현실의 약자와 소수자들이 겪어내고 있는 차별과 혐오와 다르지 않아 착잡했다. 그래도 일말의 희망은 마지막 장면에서의 '진경'의 저항일까.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느낌 때문에 완전 우울하진 않았던 것 같다.
··· 진경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자신을 여기까지 들여보내 준 소장 할머니를 생각했다. 우미와 우연을 키워 준 꽃님이 할머니와 도경을 숨겨 준 사라를 생각했다. 칠망성 깃발에 붙을 붙인 공무원, 종이배를 접어 붙였다던 수십 년 전의 여자와 이아를 팔아먹지 않았다던 이아 엄마를 떠올렸다. 마지막으로 도경을 선택했던 수를 생각했다.
367p
사회뿐만 아니라 나 역시 원래 그런 거야 라며 안주하며 살아가고 있던 것에 반성이 되기도 하고 뭔가 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자극이 되기도 했다.
가을도 되고 책도 읽히고 글도 쓰고 싶어지고 좋은 징조로다 ㅋ